[이코노미세계] 반도체는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이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및 일반산업단지 생산라인의 새만금 이전론’을 둘러싸고, 경기 남부 반도체 도시 간 연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용인특례시가 주도한 ‘나라지키는 반도체 챌린지’에 이천시까지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며,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국가 산업 전략 차원의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논란의 발단은 여권 소속 모 국회의원이 제기한 주장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삼성전자)과 일반산단(SK하이닉스)의 생산라인(팹)을 계획된 10기 가운데 최대 9기까지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반도체 업계와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에 대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도체 산업과 나라를 망치겠다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용인 시민들과 함께 반도체 이전론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날 주목을 끈 것은 김경희 이천시장의 공개적인 지지 의사 표명이었다. 김 시장은 같은 날 이상일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용인 반도체 산단 지방이전론은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며 “이천시 역시 방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경희 시장의 발언은 단호했다. “반도체 산업은 앵커 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함께 모여 경쟁력을 키우는 생태계 산업”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조성 중인 용인의 반도체 산단을 갑작스럽게 새만금으로 이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이어 “그런 일이 현실화될 경우 이천시는 물론 평택·화성·수원·성남 등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한민국 최강의 반도체 산업 벨트가 붕괴될 것”이라며 “이천시장으로서 이를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천은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도시다.
용인과 이천은 그간 반도체 산업을 매개로 꾸준히 협력해 왔다. 2023년 2월 김경희 시장이 용인특례시청을 방문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이상일 시장이 이천시청을 찾아 두 도시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상일 시장은 “용인과 이천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온 동반자”라며 “이천시가 용인 반도체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혀준 것은 큰 용기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대의 상징적 장치는 ‘나라지키는 반도체 챌린지’다. 용인에서는 지난 12일 이상일 시장을 필두로 이 챌린지가 시작됐다. 반도체 이전론이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국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취지다.
이상일 시장은 김경희 시장에게 챌린지 참여를 공식 제안하며 “이천에서도 챌린지의 물결이 크게 일어나, 무모한 시도가 물거품이 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시장은 이에 흔쾌히 응했다.
수도권 남부에 형성된 반도체 벨트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집적지로 평가받는다. 이천·용인·평택·화성으로 이어지는 축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수백 개의 소부장 기업과 연구·교육 인프라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 이를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일 시장은 “용인시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나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쉼 없이 설명하고 알리며 싸워 나갈 것”이라며 “이천시를 비롯한 반도체 도시들의 연대가 커질수록, 무책임한 이전론의 실체도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시장 역시 “반도체 산업은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이천시는 용인과 함께 국가 반도체 생태계를 지키는 데 끝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이전론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그러나 경기 남부 반도체 도시들의 연대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논쟁은 향후 국가 산업 정책과 지역 균형 발전 전략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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