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조세정의는 공동체 모두의 약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던진 이 한마디는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가 추진한 ‘고액체납자 징수 100일 작전’은 시작 80일 만에 목표액 1,400억 원을 조기 달성하며 지방재정 집행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누구도 법 위에 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는 지난해 말부터 고액·상습 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집중 징수에 착수했다. 통상 수년이 걸리던 고액 체납 정리 작업을 10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추진한 점에서 행정 내부에서도 ‘고위험 전략’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80일 만에 1,400억 원을 확보하며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이는 경기도 친환경급식 2년 치 예산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기간 실적을 넘어, 체납 관리가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수치로 증명한 셈이다.
이번 조치의 상징적 장면은 개인 체납 전국 1위로 알려진 최은순 씨 소유 부동산에 대한 공매 절차 착수다. 그간 고액 체납자의 재산 환수는 법적·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성역’처럼 남아 있었지만, 경기도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
이는 조세 행정이 ‘힘 있는 자에게는 느슨하고, 서민에게는 엄격하다’는 불신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경기도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는 세금 문제를 넘어 행정 신뢰 회복의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지사는 20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세 체납 관리 문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단독 정책이 아니라 중앙정부와의 공조 속에서 ‘상습·고액 탈루 제로’를 목표로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징수 전담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체납 정보 분석과 현장 집행을 동시에 강화할 계획이다.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상시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액 체납자에 대한 강력한 집행과 동시에,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구분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도의 실험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세금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조세정의는 구호가 아니라 집행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이다.
김동연 지사는 “더욱 강력하게, 끝까지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조세정의’라는 다소 추상적인 가치가 실제 예산과 정책, 그리고 공매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경기도가 보여준 셈이다.
이 실험이 다른 지방정부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그리고 중앙정부의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세정의는 이제 선언의 영역을 넘어 실행의 무대로 들어섰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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