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내 학교 시설 안전을 책임지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처우 개선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적 의무는 강화됐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는 미비해 현장에서는 업무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 안전의 ‘숨은 핵심 인력’으로 불리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교육 현장의 안전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월 31일,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장윤정 의원은 경기도교육청 관계 부서와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과 함께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처우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정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학교 시설 관리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는 학교 내 냉난방 설비, 보일러, 공조기 등 주요 설비를 관리하는 전문 인력이다. 특히 2020년 '기계설비법' 시행 이후 연면적 1만㎡ 이상의 학교에는 반드시 해당 인력을 선임하도록 의무화되면서 역할과 책임이 크게 확대됐다.
현재 경기도 내 약 2,400여 개 학교 가운데 1,400여 개 학교가 선임 대상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2026년 기준 약 24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정작 현장에서 시설을 책임지는 인력에 대한 처우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교육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학교 시설은 대형 냉난방 설비와 보일러, 공조기 등 상시 운영되는 장비가 많아 안전과 직결된 업무”라며 “전문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이를 담당하고 있지만 별도의 책임수당이나 중요직무급이 없어 보상체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곧 인력 운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책임은 크지만 보상이 따르지 않다 보니 해당 업무를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의 경우 기계설비유지관리 자격을 갖춘 직원에게 월 10만 원 수준의 중요직무급 지급을 추진 중이다. 이는 해당 직무의 전문성과 위험도를 인정한 조치로 해석된다.
반면 경기도는 아직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기도교육청 시설 담당 부서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인사 담당 부서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직무수당이나 승진 우대 등 제도화는 지역 여건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즉각적인 도입에는 선을 그었다.
이는 재정 부담과 타 직군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신중론이 오히려 문제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책임과 보상의 불균형’이다. 법 시행 이후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법적 책임은 크게 강화됐지만,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지원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윤정 의원은 “기계설비유지관리자는 학교 냉난방과 공조, 보일러 등 주요 설비를 관리하는 중요한 직무로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과 직결된다”며 “법적 책임만 강화되고 처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 시설은 단순한 유지 관리 수준을 넘어 화재, 가스 누출, 기계 고장 등 다양한 안전사고와 직결된다. 즉, 이들의 업무는 교육 환경의 질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영역이라는 점에서 공공성 또한 매우 크다.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인력 기피 현상의 확산이다.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상까지 부족하다면 해당 직무를 맡으려는 인력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학교 시설 안전 관리의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학교일수록 설비 규모와 복잡성이 높아 전문 인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해법은 제도적 보완이다. 현장에서는 중요직무급 신설, 책임수당 도입, 승진 우대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장 의원은 “담당 인력이 책임감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중요직무급 신설 등 제도적 보완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이번 정담회를 계기로 학교 시설 안전과 근무 여건 개선 논의가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 공간이다. 그 기반이 되는 시설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은 당연한 전제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인력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해 왔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이들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교육 현장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책임만 부과된 구조에서 벗어나, 책임에 상응하는 보상과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학교 안전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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