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3월 28일 저녁, 용인포은아트홀 무대 위에서는 조금 특별한 장면이 펼쳐졌다.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도, 미술 전시도 아닌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가 시민들과 마주한 것이다. 공연의 중심에는 전문 해설가가 아닌 현직 시장이 서 있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그림과 음악,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날 열린 ‘그림과 스토리가 있는 음악회 3.0’은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인문학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용인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이번 공연은 2시간여 동안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예술의 다층적 감상 경험을 제공했다.
‘그림과 스토리가 있는 음악회’는 이름 그대로 회화와 음악, 그리고 서사가 결합된 형태다. 무대에서는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삶, 그리고 음악과의 연결고리가 함께 소개된다.
이번 3.0 버전은 특히 확장된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상일 시장은 직접 선정한 90여 점의 그림과 사진, 그리고 10곡의 음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각 작품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로 재구성됐다. 화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 작품이 탄생한 맥락, 그리고 음악과의 정서적 연결까지 풀어내며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는 기존 공연이 갖는 ‘감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이해와 공감’을 동시에 끌어내는 방식이다. 문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시·공연·강연의 경계를 허문 융합형 콘텐츠”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공연이 마련된 배경에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미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첫 공연은 용인시문예회관, 두 번째는 같은 포은아트홀에서 열렸으며, 모두 높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당시 공연에서는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이 적지 않았고, 이후 재공연 요청이 이어졌다. 결국 새로운 구성과 콘텐츠를 더해 ‘3.0’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는 지방정부 문화정책이 ‘공급 중심’에서 ‘수요 반영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의 문화적 요구를 반영해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구조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받은 점은 이상일 시장의 역할이다. 그는 단순한 축사나 개회 선언을 맡은 것이 아니라, 공연 전체를 이끄는 ‘해설자’로 나섰다.
직접 자료를 만들고, 작품과 음악을 선정했으며, 공연 내내 설명을 이어갔다. 이는 기존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을 넘어서는 행보다. 행정가가 문화 콘텐츠 생산자이자 전달자로 나선 것이다.
이 시장은 공연에 앞서 “기존 공연과는 전혀 다른 그림과 음악으로 새롭게 구성했다”며 “작품과 음악을 함께 감상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문화행정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단순 지원자가 아닌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연의 구성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었다. 첫 곡으로 소개된 것은 프랑스 샹송의 전설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이 곡은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과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어 한국 가곡 ‘명태’와 함께 박수근 화백의 작품 ‘마른 명태’가 소개됐다. 이 시장은 박수근의 작품 세계와 ‘마티에르’ 기법, 그리고 한국적 삶의 표현 방식을 설명하며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영국 발라드, 오페라 아리아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이어지며 예술의 폭을 넓혔다. 마지막 곡으로는 에드 시런의 ‘퍼펙트 심포니’가 소개되며 공연은 절정을 맞았다.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전문 성악가와 연주자들의 참여였다. 소프라노 김순영·정나리, 테너 윤정수, 바리톤 김승환 등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곡을 소화했다.
또한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오보에,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진 실내악 편성이 더해져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 이처럼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구성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공연의 마지막은 관객과의 교감으로 채워졌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앙코르 요청이 이어졌고, 이상일 시장은 성악가들과 함께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세상 끝 날까지의 사랑’과 가수 송창식의 ‘우리는’을 함께 열창하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이번 공연은 지방자치단체 문화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읽힌다.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림과 스토리가 있는 음악회’는 용인시만의 독자적인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반복 공연과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획과 재원, 그리고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특정 인물 중심의 콘텐츠가 아닌,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구조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문화는 더 이상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언어’라는 점이다.
용인의 무대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향후 다른 도시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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