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천자·연구자·독자 목소리로 본 문화예술교육의 현재
[이코노미세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고민과 실천을 담은 비평웹진 ‘지지봄봄’ 가을호를 발간했다. 이번 44호는 ‘이것도 문화예술교육이에요?’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제목으로 내걸고, 문화예술교육의 범위와 역할을 다시 묻는다.
기고와 좌담, 독자 설문,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현장의 실천가와 연구자, 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이번 호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탐색한다. 특히 ‘씬(scene)’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경계를 조명하며, 그 안에서 활동하는 실천자들이 느끼는 고민과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문화예술교육은 학교와 문화시설,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범위와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예술 창작 교육부터 생활 속 예술 활동, 공동체 문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영역이 넓어지면서 “어디까지가 문화예술교육인가”라는 질문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43호가 ‘지지봄봄, 아직도 해요?’라는 제목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과 의미를 되짚었다면, 이번 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의 경계를 근본적으로 탐색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씬(scene)’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실천자들의 경험과 태도, 철학을 통해 교육의 의미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다.
이번 호는 특히 문화예술교육이 단순히 프로그램이나 제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과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을 ‘교육 활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호에 실린 글 가운데 이연우의 '살면서 어떤 순간이 내게 ‘교육’으로 남았을까'는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글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본다. 참여자들이 익숙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의 태도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설명한다.
여기서 교육은 누군가가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참여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며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또, 일상의 작은 경험과 감각이 교육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며, 문화예술교육이 삶과 연결될 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색한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강조되는 ‘참여 중심 교육’과도 맞닿아 있다. 교육자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참여자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보는 흐름이다.
김나래(희와래)의 글 '‘0’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시간의 무게로 축조되는 ‘0’'는 문화예술교육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문화예술공간이자 비건 카페인 ‘희와래’를 운영하며 예술 활동과 생계, 돌봄과 교육을 동시에 이어가는 경험을 공유한다.
이 공간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상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참여자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고 활동을 이어가며, 때로는 실패와 중단을 경험하지만 다시 ‘0’에서 시작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의 일부가 된다.
김이중의 글 '우린 무명의 예술가'는 문화예술교육을 삶의 태도와 연결해 설명한다. 이 글은 보도블록, 지렁이 같은 일상 속 사물과 생명체, 그리고 소비와 돈의 흐름 등 평범한 대상들을 관찰하며 삶 자체를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여기서 예술가는 유명한 창작자가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관계를 탐구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무명의 예술가’라는 표현은 문화예술교육이 특정한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박지수의 글 '기꺼이 관찰하고 기록하며 살아감에 대하여'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참여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 기록하는 일은 교육의 의미를 이해하는 중요한 작업이 된다.
글은 교육 현장에서 참여자와 공간, 활동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태도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삶의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변화와 순간을 기록하는 과정은 단순한 기록 행위를 넘어,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이번 호에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좌담회도 실렸다. 2025년 ‘지지봄봄’ 편집위원들이 참여한 좌담 '현장은 재편할 수 있는가'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구조와 환경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한다.
좌담에서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특히 정책과 제도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현장의 실천과 경험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문화예술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자와 행정가, 연구자, 참여자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호의 또 다른 특징은 독자 참여다. 독자 설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지지봄봄을 읽는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는 독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계기로 ‘지지봄봄’을 읽게 되었는지를 담았다.
‘지지봄봄’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기록하고 비평하는 웹진으로, 현장 실천가와 연구자, 독자가 함께 만드는 문화예술교육 담론의 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44호 역시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의 범위를 넘어서, 예술과 삶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문화예술교육의 경계를 묻는 이 질문은 결국 한 가지 물음으로 돌아온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그리고 그 답은 여전히 현장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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