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물가와 고금리, 에너지 요금 인상이 동시에 덮친 요즘,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임대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매달 고지서로 날아드는 전기·수도·가스 요금과 공용 관리비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공공임대주택 관리비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조례가 경기도의회에서 처음으로 추진된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이상원은 최근 '경기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고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고물가 구조 속에서 주거비 부담이 임대료를 넘어 관리비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 안정의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상황은 달라졌다. 임대료 인상은 제한되는 반면, 전기·가스요금과 수도요금, 공용시설 유지비는 시장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관리비 부담이 빠르게 늘었다.
특히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높은 무주택 임차 가구에게 관리비는 체감 부담이 크다. 겨울철 난방비, 여름철 냉방비는 물론이고 단지 내 가로등, 보안등, 경로당, 어린이놀이터 등 공용시설 유지비까지 모두 입주민이 분담해야 한다. ‘임대료는 공공이지만, 관리비는 민간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조례안은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도지사가 예산 범위 내에서 공공임대주택의 공용 관리비를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존 주거복지 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조례안에 따르면 지원 대상은 공공임대주택 단지의 공용 부분 관리비다. 구체적으로는 △단지 내 가로등·보안등 전기요금 △경로당·어린이놀이터 등 공용시설 전기요금 △공용 부분 수도요금 및 공공하수도 사용료 등이 포함된다.
개별 세대의 사용량이 아닌, 단지 전체 유지에 필요한 공용 비용을 도가 일부 분담하는 구조다. 이는 형평성과 행정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로 평가된다. 특정 가구에 대한 선별 지원이 아닌,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전체의 관리비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안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 비용 보전에 그치지 않고 관리비 자체를 낮추는 구조 개선을 병행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조례에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담겼다.
도지사는 △고효율 조명기기와 단열 창호 교체 △지능형 전력계량기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스마트 홈 시스템 도입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구조적으로 줄여 관리비 상승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에너지 효율화 모델로 전환하면, 입주민 부담 완화와 환경 정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단기 지원과 중장기 구조 개선을 결합한 ‘이중 안전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상원 의원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에게 관리비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리비 부담까지 덜어야 실질적인 주거 복지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리비는 언제든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조례를 통해 도민들의 주거 안정을 보다 촘촘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례안이 향후 다른 광역자치단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임대료 중심’에서 ‘총주거비 관리’로 전환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례안은 입법예고 기간 종료 후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재정 부담과 지원 대상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고물가 시대 주거 안정 대책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은 단순히 집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집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비용 구조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주거 복지는 비로소 완성된다. 관리비라는 ‘마지막 고리’를 겨냥한 이번 조례안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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