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12월 16일, 안성시청에는 다섯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보개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었다. 수신인은 김보라 안성시장. 편지의 내용은 거창하지 않았다. 다만 ‘고맙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김 시장은 이 사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하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는 편지를 받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맞나 보다”라며 짧은 소회를 덧붙였다.
행정 현장에서 ‘감사’는 흔치 않다. 정책 성과는 당연시되고, 불편은 즉각 민원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공직자에게 전달되는 시민의 긍정적 메시지는 오히려 낯설다. 그런 점에서 이번 편지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 행정과 시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로 읽힌다.
보개초 학생들과 교사가 보낸 감사 편지는 특정 사업이나 행사에 대한 치하가 아니었다. ‘우리를 위해 애써줘서 고맙다’는,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응답이었다.
김 시장은 “편지를 받고 나니 ‘당연한 일’이라는 표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는 그 당연함이 결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적었다. 행정이 시민의 일상에 닿을 때 비로소 정책은 숫자가 아닌 체감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편지는 행정의 수혜자가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손으로 쓴 글자 하나하나에는, 정책 보고서나 성과 지표에서는 포착되지 않는 감정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
김보라 시장의 표현은 담담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말은 행정 책임자의 자기 인식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은 단기 성과를 내세우는 데 있지 않다. 교육·복지·문화 등 시민 삶의 토대를 지키는 것이 본질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역은 성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때로는 정치적 주목도도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행정의 신뢰를 만든다.
김 시장은 “편지 한 통이 행정의 방향을 다시 붙잡아 준다”며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밝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표현은 익숙하지만, 공공 영역에서는 종종 가볍게 여겨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긍정적 피드백이 조직 문화와 정책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행정 조직은 비판에 익숙하다. 민원과 감사, 평가 지표는 대부분 ‘문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이 구조 속에서 감사와 격려는 구성원에게 방향성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이 옳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번 편지가 시장 개인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행정 전반에 ‘이 방향이 맞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시민의 응답이다.
김 시장은 글 말미에 시민들에게 짧은 제안을 남겼다.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감사한 분들께 편지나 전화를 해보세요. 저도 그래야겠어요.”
정책이나 예산이 아닌 ‘말’의 힘을 이야기한 대목이다. 행정은 제도이지만,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공직자와 시민 사이에 오가는 말 한마디가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다시 정책의 토양이 된다.
아이들이 보낸 다섯 통의 편지는 거창한 구호 없이도 행정의 본질을 드러냈다. ‘당연한 일을 성실히 해 달라’는 요구, 그리고 그에 대한 ‘고맙다’는 응답. 행정이 가장 건강할 때는 바로 이 두 문장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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