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교육·퍼포먼스 결합한 미디어아트 플랫폼 확대
[이코노미세계] 2026년은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이 의미 있는 해를 맞아 예술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백남준 예술을 동시대 사회와 다시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센터는 올해 핵심 방향을 ‘21세기 유산 공동체의 시대, 초연결 공유의 플랫폼’으로 설정하고 전시, 교육, 학술, 행사, 국제교류 사업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백남준 예술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문화 자산으로 재해석하겠다는 구상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최근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센터를 찾은 관람객은 16만8727명으로, 목표 대비 102%를 달성했다. 이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 확대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체험형 전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센터는 개관 18주년이 되는 2026년, 관람객과 더욱 가까이 호흡하는 미술관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대표적으로 일반 시민 대상 프로그램인 ‘NJP 퍼블릭 아카데미’를 확대해 예술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미디어아트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도 백남준 예술 세계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야외 공간과 세미나실, 컨테이너 전시 공간 등을 시민에게 개방해 지역사회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미술관을 지역 문화 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술 기반 미디어아트 미술관의 특성을 살려 양면형 디스플레이 설치 등 융복합 디스플레이 실증사업도 추진한다. 이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문화 공간 확장도 눈에 띈다. 센터는 지난해 백남준아트센터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경기도박물관을 연결하는 산책로 조성 공사를 완료했다. 이 산책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동선으로 조성돼 문화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뮤지엄숍과 카페를 리모델링해 방문객들이 문화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전시 분야에서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오는 3월 19일 개막하는 공동기획전 ‘불연속의 접점들’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현대미술관과 함께 진행된다. 이 전시는 1960년대 동유럽 미술계에서 전개된 뉴 텐던시(New Tendencies) 운동을 비롯해 새로운 미디어 실험의 흐름을 조명한다.
약 16명의 동유럽 작가들이 참여해 전통 미술의 해체와 새로운 매체 실험을 통해 미디어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전시는 특히 백남준이 구축했던 예술·기술·세계 간 ‘연결’의 철학을 동유럽 미디어아트 흐름과 함께 재해석하는 자리로 기대된다.
또 다른 국제 협력 프로젝트도 준비돼 있다. 오는 11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피나코테카 미술관과 공동으로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가 교차하는 도시 공간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제인 진 카이젠 등 작가들의 신작과 함께 백남준의 대표작 '달은 가장 오래된 TV'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가 눈에 띈다. 센터는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신규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육 대상을 확대한다. 유아 프로그램 ‘NJP 나 역시 장난감’, 어린이 프로그램 ‘NJP 예술 해커들’은 놀이와 실험을 통해 예술 창작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또한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과 협력해 운영하는 ‘NJP 크리에이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학교 예술교육과 미술관 교육을 연결한다. 이와 함께 게임형 체험 프로그램 ‘백남준 키우기’, 장애 단체 대상 프로그램 ‘우연한 악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미술관의 가치를 강화한다.
학술 분야에서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 확대가 핵심이다. 오는 4월 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국제학술심포지엄 ‘백남준 연구의 현황과 진단’이 열린다. 이 행사에는 미디어아트 연구의 권위자인 한나 히긴스, 레프 마노비치 등 국내외 연구자 약 10명이 참여해 백남준 연구의 성과와 미래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센터는 또 약 2,285점에 달하는 비디오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백남준 비디오 서재’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연구서 ‘비디오 컬렉션 하이라이트’를 발간해 연구 자료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2026년 가장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백남준 서거 20주기 추모 행사다. 센터는 1월 28~29일 ‘AI 로봇오페라’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1965년 뉴욕에서 발표된 백남준의 퍼포먼스 ‘로봇오페라’에서 착안한 프로젝트다. 특히 복원된 작품 '로봇 K-456'이 다시 움직이며 관객 앞에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온라인 해시태그 프로젝트 ‘백남준의 목소리, 언제 어디서나 들리는’을 통해 세계 미술관과 기관들이 SNS로 추모 콘텐츠를 공유하는 행사도 진행된다.
올해 사업의 핵심은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다. 센터는 전시, 퍼포먼스, 학술, 상영 프로그램을 하나로 연결한 통합 플랫폼 형태의 페스티벌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표 전시인 ‘백남준의 행성: Waiting for UFO’는 7월 16일 개막해 센터 전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백남준의 ‘행성’ 시리즈를 중심으로 인간과 기술, 우주를 연결하는 행성적 사유를 조명한다. 동시에 동시대 작가들의 신작을 통해 백남준의 사상이 현재의 기술 환경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세종문화회관과 협력해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공연도 진행된다. 여기에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NJP 어린이 행성’, 미디어아트 상영 프로그램 ‘NJP 라운지’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의 예술정신이 동시대와 공명하는 21세기 유산 공동체 시대를 열기 위해 미술관이 초연결 공유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남준의 예술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미래적 사유”라며 “세계 각지의 예술가와 연구자,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미술관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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