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찬바람이 쌩쌩 불어도 볼이 빨개지도록 눈밭에서 뒹굴던 겨울의 추억, 다들 있으시지요. 1월 17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최근 경기도정이 지향하는 방향이 응축돼 있었다. 행정 언어 대신 추억과 체험을, 정책 설명 대신 공감을 앞세운 도정의 메시지였다.
김 지사가 소개한 것은 경기도청 인근 도담뜰에 조성된 ‘겨울 눈밭 놀이터’다. 눈썰매와 얼음썰매, 회전썰매, 눈동산까지 갖춘 이 공간은 올겨울 도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단순한 계절 행사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공공 공간을 어떻게 도민의 일상으로 돌려줄 것인가’라는 행정적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도담뜰 겨울 눈밭 놀이터는 규모나 시설 면에서 전국 최대 수준의 테마파크는 아니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지점은 ‘접근성’과 ‘상징성’이다. 도청이라는 행정 권력의 공간 한복판을 겨울 동안 아이들의 놀이터로 개방했다는 점에서다.
눈썰매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멀리 스키장이나 눈썰매장을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마음껏 눈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도청이 이렇게 가까운 생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썰매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어우러진 풍경은, 흔히 떠올리는 ‘관공서 앞마당’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김 지사는 게시글에서 “1년 365일 도담뜰의 주인은 바로 도민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행정 공간의 주체를 ‘기관’이 아닌 ‘도민’으로 명확히 규정한 표현이다.
김동연 지사의 도정 메시지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숫자와 지표 중심의 설명 대신, 일상의 언어와 현장 경험을 앞세운다. 이번 겨울 놀이터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시설을 개장했다”는 공지가 아니라, ‘어릴 적 눈밭의 기억’을 불러내며 도민의 감정에 먼저 다가갔다.
정책 전문가들은 이를 ‘체험 행정’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정책의 성과를 보고서로 증명하기보다, 도민이 직접 체감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아이들과 가족 단위 이용객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경기도가 강조해 온 돌봄·가족 친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도담뜰 겨울 눈밭 놀이터에는 안전요원과 동선 관리 인력이 상시 배치돼 있다. 단순한 이벤트성 시설이 아니라, 공공 안전 기준을 적용한 ‘행정 서비스’로 설계됐다는 의미다. 먹거리 공간 역시 위생과 가격 관리가 병행되고 있다.
이번 겨울 놀이터는 ‘공공 공간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그동안 도청 앞 광장이나 부지는 주로 집회, 행사, 의전 공간으로 사용돼 왔다. 평소에는 시민과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했다.
그러나 눈밭 놀이터는 그 거리를 과감히 허물었다. 행정의 상징 공간을 ‘놀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평등한 활동의 무대로 바꿨다. 아이와 어른, 직장인과 방문객의 구분 없이 누구나 썰매를 타고 눈을 밟는다.
물론 과제도 있다. 이런 공간 개방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상징성은 빠르게 퇴색될 수 있다. 도담뜰 겨울 눈밭 놀이터가 도민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서는, 계절을 바꾼 연속적인 활용과 정책적 일관성이 필요하다.
봄·여름·가을에도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도청이라는 공간이 ‘열려 있는 행정’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예산 효율성, 안전 관리, 인근 상권과의 연계 역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김동연 지사의 짧은 SNS 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행정은 얼마나 도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는가, 그리고 공공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
찬바람 부는 겨울,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는 도청 앞마당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처럼 보인다. 숫자보다 기억으로 남는 정책, 보고서보다 체험으로 설명되는 행정. 도담뜰 겨울 눈밭 놀이터는 그런 도정 실험의 현장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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