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터널 화재는 도로 재난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사고로 꼽힌다.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연기와 유독가스 확산 속도가 빠르고 대피가 쉽지 않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가 터널 내 방연마스크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터널 안전체계 강화에 나섰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허원 위원장은 3일 경기도 건설국 도로안전과로부터 터널 화재 대응체계 선진화를 위한 ‘방연마스크 설치 시범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번 사업은 터널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 능력을 높이고 이용자의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터널은 구조적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일반 도로보다 훨씬 위험하다. 환기가 제한된 공간에서 불이 발생하면 연기와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되며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대피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국내외 터널 화재 사례를 보면 대부분 연기 흡입으로 인한 질식 피해가 인명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난다.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보다 먼저 퍼지는 연기와 유독가스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터널에는 소화전과 제연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러한 시설은 화재 진압과 연기 배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이용자 개인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생존 장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허원 위원장 역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예산 심사 과정에서 “터널 화재 시 소화전이나 제연시설만으로는 도민의 안전을 온전히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방연마스크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한 행정사업이 아니라 의회 정책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허 위원장은 경기도의회 제379회 정례회에서 2025년도 경기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터널 화재 대응 장비 확충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터널 내에서 시민들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방연마스크 설치 정책을 직접 제안하며 사업 추진을 요청했다.
이 제안은 경기도 건설국과 도로안전 관련 부서의 검토를 거쳐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면서 정책으로 현실화됐다. 지방의회 정책 제안이 실제 행정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지방자치 정책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경기도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경기북부 지역 연장 500m 이상 터널 7곳에 방연마스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설치 위치는 터널 내 피난연결통로 입구와 출구다. 화재 발생 시 터널 이용자들이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지점에 배치해 실제 대피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방연마스크는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와 유독가스를 일정 시간 차단해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10~20분 정도 호흡 보호 기능을 제공하는 장비로, 대형 화재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장비로 평가된다.
경기도는 2025년 5월까지 시범 설치를 완료한 뒤 운영 효과와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허원 위원장은 이번 시범사업이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시범사업은 도로 및 터널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선제 조치”라며 향후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또한 “시범사업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 시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도로 안전 정책 강화를 위해 의회 차원의 점검과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터널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다. 하지만 사전 대비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난이기도 하다. 경기도가 시작한 이번 정책이 실제로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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