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팔당 상수원 규제로 수십 년간 개발과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아온 경기 동북부 지자체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남양주시가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규제 개선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양주시는 21일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특수협)와 간담회를 열고, 2026년도 특수협 업무계획을 공유받는 한편 팔당수계 상수원 정책의 향후 방향과 핵심 과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의 핵심 의제는 단연 ‘팔당 상수원 중첩 규제 개선’이었다.
팔당수계는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을 책임진다는 공익적 가치 아래 지난 반세기 동안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돼 왔다. 그러나 환경부·국토부·지자체 규제가 중첩되며 주민 생활권과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남양주시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며 “환경 보전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 발전이 사실상 봉쇄돼 왔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규제 완화 요구가 아닌, 공익과 주민 권익 간의 균형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팔당수계 7개 시·군이 공동으로 추진한 ‘팔당 상수원 규제 개선 서명운동’ 결과도 공유됐다. 전체 서명자 가운데 남양주시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했다. 참여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서명운동은 △수십 년간 지속된 중첩 규제의 합리적 개선 △주민 재산권과 경제활동 보장 △생활권 회복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원칙을 정부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9월 30일 열린 제31회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시와 시의회가 공동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시의회 차원의 공식 동참은 이번 사안이 단순 행정 이슈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공감대 위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팔당 상수원 규제는 단순한 개발 제한을 넘어 지역 경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쳐 왔다. 공장 설립 제한, 주거지 개발 제약, 기반시설 확충 지연 등은 인구 유출과 지역 침체로 이어졌다.
남양주시는 수도권 인접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주거·관광 분야에서 타 지역 대비 성장 속도가 더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도권 전체를 위해 희생했지만, 그 대가는 오롯이 지역이 떠안았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특수협 관계자는 “팔당수계 주민들의 오랜 불편과 희생을 알리는 이번 서명운동에서 남양주시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중앙정부에 규제 개선 필요성을 보다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에서 주목할 점은 ‘전면적 규제 철폐’가 아닌 ‘합리적 개선’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수질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는 유지하되, 과학적 관리와 기술 발전을 반영한 규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수 처리 기술과 오염 관리 시스템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체계는 수십 년 전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남양주시는 향후 특수협 및 팔당수계 지자체들과 협력해 환경 보호와 지역 발전이 양립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정책 대안 제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간담회에서 “남양주시민들은 지난 50여 년간 수도권 식수원 보전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왔다”며 “이제는 정부가 그 눈물을 외면하지 말고, 합리적인 보상과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민원 차원을 넘어 국가 환경 정책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묻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공익을 이유로 특정 지역에 희생을 요구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지원, 개발 인센티브, 규제 특례 등 가시적 보상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맞춤형 환경 관리 모델 도입이 요구된다. 이는 팔당수계뿐 아니라 전국 상수원 규제 지역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남양주시와 특수협의 이번 행보는 그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제 공은 중앙정부로 넘어갔다. ‘특별한 희생’에 어떤 ‘특별한 답변’을 내놓을 것인지, 그 선택이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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