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국제 정세 불안이 국내 경제를 흔들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 환율 변동이 맞물리면서 서민 경제와 지역 산업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방정부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성남시가 전국 최초로 ‘비상경제 체제’를 선언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성남시는 31일 중동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국가 재난 선포를 건의하고, 민생 안정과 지역경제 보호를 위한 비상경제대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신상진 성남시장은 시청 모란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사태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시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가 제시한 대응책의 핵심은 ‘속도’와 ‘체감도’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국가적 경제위기로 판단해 재난을 선포할 경우, 시는 즉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전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41만 가구에 가구당 10만 원씩 총 41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이미 사전 준비를 마친 상태로, 정부 판단 즉시 집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소비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노린 정책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당시 재난지원금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했던 경험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성남시는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성남사랑상품권 정책도 대폭 강화한다. 발행 규모를 기존 월 2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늘리고, 할인율을 8%에서 10%로 상향 조정한다. 개인 구매 한도 역시 월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한다.
이 같은 조치는 외부 경제 충격 속에서도 지역 내 자금 순환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소비가 위축될수록 지역 소상공인의 타격이 커지는 만큼, 지역화폐를 통한 ‘내수 방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소상공인 지원책도 한층 강화된다. 성남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반기 예정이던 특례보증 12억 원을 4월로 앞당겨 집행하고, 추가로 5억 원을 편성해 총 50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
또한 코로나19 당시 시행했던 공유재산 임대료 및 관리비 60% 감면 정책을 공설시장 상인 약 1100명을 대상으로 2026년까지 유지한다. 여기에 더해 민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 5100여 명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점포 환경 개선과 안전·위생 강화, 친환경 전환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희망팩’ 사업 예산도 기존 2억8000만 원에서 4억5500만 원으로 늘린다.
기업 지원 역시 빠지지 않았다. 성남시는 중동 위기 대응 특별경영자금을 통해 기업당 최대 5억 원을 지원하고, 2.0%포인트 이차보전을 적용해 금융 부담을 낮춘다. 상환 조건도 1년 거치 후 4년 분할상환으로 설정해 기업의 자금 부담을 최소화했다.
수출기업 지원도 강화된다. 국제물류비 지원 대상 기준을 전년도 수출액 3000만 달러 이하 기업으로 확대하고, 기업당 최대 120만 원의 물류비와 100만 원의 수출보험료를 지원한다. 이는 환율 변동과 물류비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성남시는 주유소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가짜 석유 유통과 가격 표시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특히 화물자동차 약 6000대를 대상으로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해 운수업계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이는 물류비 상승이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고려한 조치로, 간접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노린 정책으로 분석된다.
성남시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장 중심 대응을 강화한다. 소상공인과 기업인의 의견을 수시로 청취하고, 수출 관련 기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임금체불 등 취약계층 피해를 예방하고 재난안전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등 사회 안전망 유지에도 힘을 쏟는다.
생활 불편 최소화를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종량제 봉투 물량을 최소 6개월분 확보하고 추가 확보 계획을 마련하는 등 시민 생활 안정에 필요한 대비책도 함께 추진한다.
이번 성남시의 대응은 단순한 지역 정책을 넘어 지방정부의 역할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중앙정부 중심의 위기 대응 구조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신상진 시장은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그 영향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물가와 에너지, 기업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위기는 행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시민들의 절약과 협조를 당부했다.
중동발 경제 불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남시의 이번 대응이 지역경제 방어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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