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북부 대표 도시인 고양시가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경기도와의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경제자유구역 지정부터 대형 문화사업, 재정 구조 개선에 이르기까지 시의 미래를 좌우할 4대 현안에 대해 경기도의 전향적 결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이 시장은 24일 고양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지자체는 기초지자체의 발전을 돕는 조력자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손발을 묶는 관리자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경기도의 소극적 행정 대응이 고양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시장은 먼저 고양시가 처한 구조적 제약을 조목조목 짚었다. 고양시는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기업 유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이중·삼중 규제는 도시 성장의 기본 토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리고 “경기 남부는 반도체 산업벨트와 대기업 유치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경기 북부는 단 한 번도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불균형을 넘어 정책적 선택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고양시는 수도권 내에서도 인구 100만 명을 넘는 대도시임에도 산업 기반이 취약해 자족 기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 왔다.
고양시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경제자유구역 추진, K-컬처밸리 조성, 대규모 국·도비 확보, 신청사 이전 추진 등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특히 약 4700억 원 규모의 국·도비를 확보하고,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 신청사 이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을 이어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시장은 “경기도의 반복적인 반려와 지연으로 인해 이러한 노력들이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와줄 수 없다면 최소한 길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며 경기도의 행정을 ‘발목 잡기’로 규정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광역-기초 간 권한 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즉,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 행정이 광역단체의 승인 구조에 지나치게 종속돼 있다는 인식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도지사와의 소통 문제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이 시장은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며 “직접 도청 방문까지 고려했지만 도지사가 이미 예비후보 등록으로 직무를 내려놓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북부 발전을 약속했던 도지사가 시민 숙원을 외면한 채 정치 행보를 먼저 택한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방 행정의 연속성과 책임성 문제를 동시에 건드리는 대목이다. 선거 국면에서 행정 공백이 발생할 경우 지역 현안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로 제시된 현안은 고양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지정 여부에 따라 지역 경제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시장은 “고양시는 지난 3년간 산업통상자원부 요구에 맞춰 계획을 수차례 수정하고, 자금 조달 및 외자 유치 기반을 마련해 왔다”며 “이제는 신청 주체인 경기도가 책임 있게 나설 차례”라고 강조했다.
즉, 실무 준비는 고양시가 맡았지만 최종 신청 권한은 경기도에 있는 구조에서 광역단체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신청사 이전 사업이다. 고양시는 약 4300억 원이 소요되는 신축 대신, 약 330억 원 규모의 백석 이전안을 선택했다. 이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행정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 시장은 “투자심사 제도의 본래 취지는 방만한 재정을 막는 것인데, 오히려 더 합리적인 사업이 반복적으로 반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가 해당 사업을 네 차례나 재검토·반려한 점에 대해서도 “현안을 회피하는 방관 행정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안은 단순한 청사 이전을 넘어 지방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광역 심사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장기간 표류 중인 K-컬처밸리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류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문화·관광 프로젝트로, 고양시의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사업 지연이 반복되며 시민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다.
이 시장은 “공사 재개 시점이 또다시 10개월 지연됐다”며 “연내 협약 체결과 함께 지연을 만회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사업 투명성 확보를 위해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시민 참여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네 번째는 재정 구조 문제다. 현재 경기도는 기준 보조율 30%에서 고양시에 대해 10%를 추가 삭감해 20%만 지원하고 있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아지는 상황과 맞물려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도시가 오히려 덜 지원받는 역설적인 구조”라며 “광역사업 비용은 기초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버스 준공영제와 복지 사업 등 필수 정책에서조차 낮은 도비 부담 비율이 유지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보조율 30%에서 50% 상향 ▲재정 여건에 따른 차등 보조율 적용 등을 요구하며 현 구조를 ‘수직적 재정 착취’라고 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히 4대 현안 해결을 넘어 광역과 기초 간 관계 재정립에 있었다.
이 시장은 “경기도는 고양시를 종속의 대상이 아닌 상생의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결단이 있을 때까지 108만 시민과 함께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은 협력 모델을 요구하는 선언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역 현안 갈등을 넘어 지방자치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경기도가 고양시 요구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기 북부 개발 전략, 광역-기초 협력 모델, 지방재정 구조 개편 논의 등으로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제자유구역과 K-컬처밸리 사업은 지역 경제를 좌우할 핵심 프로젝트인 만큼, 갈등 장기화는 곧 지역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양시가 던진 이번 공개 요구는 단순한 행정적 문제 제기를 넘어 지방자치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가깝다. 광역단체는 통제자일 것인가, 아니면 동반자인가. 그 답에 따라 고양시의 미래뿐 아니라 경기 북부 전체의 성장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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