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10~50% 논란 넘어 광역-기초 간 권한·재정구조 재설계 촉구
“중앙정부-권역별 통합 기초지자체 중심으로 행정체계 단순화 논의해야”
[이코노미세계] “이번 기회에 경기도를 없애는 건 어떨까요?” 신상진 성남시장이 경기도의 도비 지원 비율 축소 방침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도(道)’라는 중간 행정단계의 존립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단순히 경기도와 31개 시·군 사이의 사업비 분담 비율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행정체제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쟁의 출발점은 ‘돈’이다. 경기도가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일부 사업에서 도비 지원 비율을 낮출 경우 시·군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신 시장은 특히 일부 사업의 경우 성남·화성·용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의 최대 90%까지 부담하고 경기도 부담은 10%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신 시장이 던진 질문은 예산 문제에 머물지 않았다. ‘권한을 가진 곳과 비용을 부담하는 곳이 달라도 되는가.’ 나아가 ‘광역자치단체인 도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지방자치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건드렸다.
도비 매칭 비율을 둘러싸고 시작된 논란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역할, 지방세 배분 구조, 지방재정 책임, 행정체계 개편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신 시장이 제시한 문제의식은 지방재정 구조에서 시작한다. 신 시장은 2025년 경기도 지방세를 기준으로 도세와 31개 시·군세가 사실상 50대 50 수준으로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시·군이 담당하고 있고, 주민의 일상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행정서비스 역시 기초자치단체가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와 생활환경, 지역경제, 도로와 교통, 도시관리 등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정 상당 부분은 시·군 현장에서 집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추진하거나 함께하는 사업의 재정 부담까지 시·군에 대폭 넘긴다면 광역자치단체가 가진 권한과 부담해야 할 책임 사이에 균형이 맞느냐는 것이 신 시장의 문제 제기다.
그러면서 “세금은 시·군이 상당 부분 걷고, 주민생활과 직결된 행정도 시·군이 담당하는데 이제 도가 추진하는 사업의 비용마저 대부분 시·군에 부담시키겠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핵심은 결국 ‘권한과 책임의 일치’다. 광역자치단체가 정책 결정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권한을 행사한다면 이에 필요한 재정적 책임 역시 일정 수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로 시·군의 재정 부담이 절대적으로 커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기초자치단체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논쟁의 핵심은 도비와 시·군비의 매칭 비율이다. 신 시장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부 사업의 도비 매칭 비율을 상한 30%까지 낮추고 나머지 70%를 시·군에 부담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에 따라서는 경기도가 10%, 시가 90%까지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신 시장의 주장이다.
이 같은 구조가 현실화하면 재정력이 상대적으로 큰 도시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성남·용인·화성처럼 인구와 행정수요가 크고 대규모 도시개발과 교통·복지·산업 관련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도시들은 자체적으로 투입해야 할 재원이 많다. 도비 지원 비율이 줄어들 경우 시 자체 사업과 도 연계 사업 사이에서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단순히 특정 사업 하나에 얼마를 부담하느냐가 아니다. 도비 부담은 줄고 시·군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장기적으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의 재정 관계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기획과 정책 방향에는 경기도가 관여하면서 실제 재원의 대부분을 시·군이 부담하는 구조가 확대된다면 “결국 누구의 사업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신 시장이 도비 매칭 논란을 지방행정체제 문제로 확대시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신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과연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도’라는 중간 행정단계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상당히 강한 문제 제기다. 대한민국 지방행정체계에서 도는 중앙정부와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자치단체다. 여러 기초자치단체에 걸친 광역교통과 지역개발, 산업·환경·복지 등 개별 시·군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 시장은 현재와 같은 권한·재정구조가 계속될 경우 이러한 중간 행정단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권한은 도가 갖고 비용과 책임은 시·군에 떠넘기는 구조’라면 행정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신 시장이 제시한 대안은 중앙정부와 ‘권역별로 통합한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다.
전국의 기초지자체를 권역별로 통합해 약 50개 정도의 규모 있는 기초지자체로 재편하고 중앙정부와 이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행정체계를 단순화하자는 구상이다.
현재의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로 이어지는 다층적 구조를 보다 단순한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문제 제기인 셈이다.
다만 이번 논쟁을 문자 그대로 ‘경기도를 없애자’는 주장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보면 신 시장이 던진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더 중요한 부분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각각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재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가에 있다.
도비 지원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합리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해당 사업에서 경기도와 시·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정책 결정권과 집행 권한을 갖는지, 사업의 혜택이 특정 시·군에 집중되는지 아니면 광역적으로 나타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부담 비율이 높아진다면 해당 사업에 대한 시·군의 자율성과 결정권 역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반대로 여러 시·군을 연결하거나 광역적인 조정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도가 일정한 권한과 재정 부담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도를 없앨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라는 이분법보다는 행정 권한과 재원을 어떤 원칙에 따라 배분할 것이냐에 가깝다.
이번 논쟁이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도비 매칭 비율 조정의 영향이 성남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도에는 31개 시·군이 있다. 인구 규모와 재정 여건, 산업구조가 모두 다르다.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지방자치단체는 도비 감소분을 자체 예산으로 일정 부분 보완할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재정 기반이 취약한 시·군은 같은 비율의 도비 축소도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비 지원 축소가 계속될 경우 지역별 재정력 차이가 행정서비스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같은 경기도민이더라도 어느 시·군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정책과 행정서비스 수준에 차이가 발생한다면 광역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하는 ‘지역 간 균형’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도비 매칭 문제는 단순한 예산 절감 차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형평성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도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문제 역시 단순하지 않다. 교통망이나 환경, 하천, 산업벨트, 광역도시계획처럼 하나의 시·군 경계를 넘어서는 사업은 기초자치단체 하나만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특히 수도권처럼 도시 간 생활권과 경제권이 촘촘하게 연결된 지역에서는 광역 단위의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도로와 철도, 산업단지, 환경시설은 하나의 도시만으로 사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렵다. 인접 도시 사이에서 비용과 편익이 엇갈리는 사업도 적지 않다.
결국 도의 존폐 문제를 논의하려면 기존 광역자치단체가 담당했던 조정 기능을 어떤 행정주체가 대신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신 시장이 제안한 ‘권역별 통합 기초지자체’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여러 기초지자체를 통합해 행정 규모를 키우면 기존 도가 담당했던 일부 광역 기능을 통합 지방정부가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 과정에서 지역별 이해관계와 주민 대표성, 재정 배분, 기존 조직 재편 등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이번 논란은 지방분권의 또 다른 측면도 보여준다.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행정 권한뿐 아니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재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사업과 책임은 지방정부에 맡기면서 필요한 재원이 충분히 따라오지 않는다면 지방분권이 오히려 지방정부의 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도가 정책 방향과 사업 구조를 결정하면서 재정 부담을 시·군에 크게 요구한다면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재정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시·군의 재정 부담을 높이는 대신 사업 선택권과 정책 결정권을 대폭 확대한다면 지방자치의 실질적 권한 강화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매칭 비율의 숫자 조정만이 아니라 ‘누가 결정하고, 누가 돈을 내며, 누가 결과에 책임질 것인가’라는 원칙을 분명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신 시장 역시 이번 문제를 단순한 예산분담 논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번 ‘도비 지원 비율 10%·30%·50%’ 논란을 대한민국 지방행정체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 시장이 던진 “경기도를 없애는 건 어떨까요?”라는 질문은 도비 지원 축소에 대한 반발인 동시에 현재의 지방행정 구조가 시대 변화에 맞는지를 묻는 정치·행정적 화두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사이에서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는 문제와 누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문제는 분리하기 어렵다.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가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지방정부에는 그에 상응하는 결정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논쟁에서 드러난 핵심 쟁점이다.
도비 지원 비율 10%, 30%, 50%. 숫자만 보면 지방정부 간 예산분담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로 이어져 온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오래된 구조가 놓여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던진 질문은 그래서 가볍지 않다. 도비를 얼마나 지원할 것이냐에서 시작된 논쟁이 ‘경기도는 왜 필요한가’, 더 나아가 ‘대한민국 지방정부는 어떤 구조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비 매칭 비율을 둘러싼 경기도와 시·군의 줄다리기가 단순한 재정 갈등으로 끝날지, 아니면 광역과 기초의 권한·재정·책임을 다시 배분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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