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목조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경기도 안성에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안성 객사 정청’이다. 최근 국가유산청의 연륜연대조사 결과, 안성 객사 정청이 1345년경 고려 충목왕 때 건립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문화유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 한국 건축사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로 알려졌던 일부 유산보다도 앞선 시기의 건축물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목조건축유산의 건축 연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연륜연대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는 목재의 나이테를 분석해 벌채 시기와 건축 연대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고건축 연구에서 신뢰도가 높은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조사에서 안성 객사 정청의 주요 부재에 대한 분석 결과, 사용된 목재가 14세기 중반에 벌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국가유산청은 안성 객사 정청이 1345년 전후 고려 충목왕 재위 시기에 건립된 건축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건축 연도가 확인된 목조건축물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례다. 학계에서는 “문헌 기록에 의존해 오던 기존 연구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 결정적 성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객사는 조선시대 지방 행정과 외교의 중심 공간이었다.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나 사신이 머물던 숙소이자, 왕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공식 공간이었다. 그만큼 국가 권위와 직결된 건축물로, 각 고을의 위상을 상징했다.
안성 객사 정청은 이러한 객사 건축의 원형을 비교적 온전하게 간직한 사례로 꼽혀 왔다. 이번 조사로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연원이 확인되면서, 안성 객사는 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방 통치와 건축 문화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희귀한 유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안성 객사 정청의 국보 승격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안성 객사 정청은 지정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으나, 건축 연대와 역사적 가치가 새롭게 규명되면서 한 단계 높은 위상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국보 지정 여부를 떠나 이번 결과 자체가 한국 목조건축사에서 하나의 기준점을 새로 세운 것”이라며 “향후 고려시대 건축 연구와 문화유산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성시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문화유산 활용 정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는 그동안 안성 객사를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시민의 일상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에는 안성 객사에서 문화행사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고건축이라는 물리적 유산 위에 현대적 문화 콘텐츠를 덧입히며 ‘살아 있는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성 객사 정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지만, 동시에 많은 시민들이 사랑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성시는 앞으로도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함께 문화·관광 자원으로서의 활용 방안을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학술 가치와 시민 체감도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안성 객사 정청의 건축 연대 확인은 단순히 ‘가장 오래됐다’는 기록을 새로 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학기술을 통해 과거를 정밀하게 복원하고, 그 성과를 현재와 미래로 확장하는 문화유산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680여 년의 시간을 견뎌온 목조건축물이 이제는 지역 공동체와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안성 객사 정청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문화유산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역사라는 점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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