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참여를 도시 성장의 출발점으로
[이코노미세계] 회의실도, 단상도 없었다. 대신 동네 마을회관, 주민센터, 소규모 간담회장이 있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시민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말씀해 달라”였다. 그리고 그는 듣고 또 들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간 광명시 19개 모든 동을 돌며 시민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시민은 15세 청소년부터 93세 어르신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았다. 도로와 교통 문제에서부터 공원 조성, 재개발·재건축, 도시재생, 생활체육, 3기 신도시 보상, 교육 현안까지, 일상과 도시의 미래를 관통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현장 방문’ 차원을 넘어선다. 민원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도시 운영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시민과의 대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박 시장의 태도였다. 현장에서 즉답이 가능한 사안은 바로 답했다. 교통 동선 조정, 생활 불편 개선, 소규모 시설 보완 등은 해당 부서와의 즉각적인 연계를 약속했다. 반면 법적·제도적 한계로 시장 권한 밖에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호한 약속’이나 ‘검토하겠다’는 표현 대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는 방식은 시민들에게 오히려 신뢰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주민은 “바로 답을 못 하더라도 왜 안 되는지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들에게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신념을 갖고 일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경청을 행정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시민들이 제기한 민원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밑바탕에는 공통된 질문이 있었다. ‘광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재개발·재건축과 도시재생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개발 속도와 삶의 질 사이의 균형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3기 신도시 보상과 관련해서는 형평성과 절차의 투명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과 생활체육, 공원 조성 문제는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세대 간, 지역 간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로 이어졌다.
박 시장은 “도시의 성장은 시민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로 이러한 질문에 답했다. 개발의 크기나 속도보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 참여 과정에서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현장 행보는 흔하다. 하지만 이번 광명시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형식보다 과정에 있다. 10일간 19개 동을 빠짐없이 돌며 일정을 소화한 점,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들은 점, 그리고 그 내용을 공개적으로 공유한 점이 그렇다.
박 시장은 시민과의 대화를 마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신 의견들 끝까지 잘 챙기겠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행정 책임자가 시민의 발언을 ‘기록’이 아닌 ‘약속’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과제도 남는다. 경청이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시민과의 대화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와 결과 공개가 필수적이다.
광명시의 이번 행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행정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깊이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듣는 행정’은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불편하다. 즉각적인 성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이 10일간 현장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시민의 신뢰 없이는 어떤 정책도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시장은 마지막 일정에서 “함께 참여해 준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짧은 인사였지만, 광명시 행정이 지향하는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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